Recorded Ver.  

 

 

 

외로움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던 때에는, 그런 밤마다에는 라이카를 생각했다.

허기와 공포에 지쳐 꼬리를 잔뜩 말고 작은 상자에 앉아

차라리 춥고 방황하던 때를 다시 꿈꿨을 떠돌이 개를 생각했다.

그러면 내 외로움은 사치가 되고, 끝 없는 밤을 이젠 울지도 못하고 계속 맴도는 그 개에 대한 부채가 외로움 대신 내게 들었다.

 

라이카가 지구를 벗어나기도 전에 공포와 열에 질려 죽었다는 진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것을 외면했다.

라이카는 외롭고 춥고 배고프게 우주를 떠돌다 연료 퓨즈가 꺼지는 소리에 절망했어야 했다. 그 소리에(우주에도 소리가 있다면) 라이카는 길게 한 번 울고, 원망하는 눈으로 지구를 한 번 돌아보고. 

거기서 라이카의 모든 장면은 멈춰야했다. 내가 기리는 라이카는 그랬으니까.

 

가끔 누구도 라이카를 기억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나는 라이카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던 그 새벽에 함께 깨어있는 다른 이들을 원망했다. 사실 그건 경멸에 더 가까웠다.

그들이 잠시 머무는 고작의 외로움 안을 이제는 영원히 떠돌게 된 그 작은 개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는 천박함을 경멸하고, 그러면서 저들의 노골적인 고독이 나와는 다르길 하며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밤의 내 외로움은 온전히 라이카를 위한 숭고함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경멸하며 대신 내 부끄러움을 팔아치울 수 있었다.

 

간혹 떠돌이 개의 일생 치고는 라이카의 삶이 멋지지 않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주인 없는 러시아의 골목들은 몹시 처량하고 추웠을 것이다. 깊이 잠들지 않아야 맞을 수 있는 아침들이 즐비했을 것이다. 어쩌다 만난 썩은 고기 한 조각에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누구 하나 불러주지 않던 이름이 생기고, 따뜻한 밥과 침대에 겅중대던 라이카가 저 먼 밤으로 유기되기로 했을 때,

잠시 행복했던 그 개가 본 밤 하늘은 그 찬 겨울, 길에서 그렇게나 떨던 밤과 얼마나 달랐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길에서의 죽음보다는 낫지 않은가, 나는 어느새 머리맡에 찾아든 라이카에게 묻는다. 그게 도살 직전의 행복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럼 그 개는 길게 한 번 운다.

 

라이카의 외로움 앞에서는 어떤 외로움도 순간이 되어버리게 만든 그 러시아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짊이 흡족하다. 그래서 나에게 원죄가 남아있다면, 그게 내 외로움이 아니라 라이카의 외로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라이카는 길게 다시 한 번 울고, 나는 라이카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들을 경멸하고,

라이카를 불러세워 그 외로움을 흥정하는 나를 또 경멸하고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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