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들이나 타는 거지, 시시하다 아무리 그래도 놀이공원에 가면 으레 타게 되는 게 회전목마다. 지금이야 거들떠도 보지 않고, 놀이공원에 왔으니 예의상 타게 되는 거지만 어렸을 때는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몇가지 되질 않으니 그 별 것 아닌 것도 참 소중했었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던 것 만은 아니었다. 기다림 끝에 막상 말 등에 올라 앉아 출발을 기다리면, 그 화려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것들은 내가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현란하고 유혹적이었고, 아직 움직이지도 않는 회전목마 밖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 아빠를 볼 때면,

 

 

 잠깐, 저들이 나를 여기 버리고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그 애들을 유혹했던 과자집처럼, 나를 홀려두고, 저들은 이 인파 속에 숨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섬뜩함이 들게도 했다.

 

 

 손을 흔들어주는 저 자리의 두 사람은,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귀찮은 아이라고 내 욕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안 보는 사이에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 아닐까.

 

 

 말이 출발하고,

 

 

 그런 걱정에 두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무리 목을 빼 두리번거려도, 한바퀴마다 있는 힘껏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도, 가운데의 큰 기둥에 가려 시야가 가려지는 구석은 꼭 있기 마련이어서 잠깐의 안녕 뒤에 금세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게 되면 다시 기둥에 가려진 저 건너편이 보일 때까지 불안함과 초조함이 들게 된다.

 

 

 말이 낮은 궤도를 그릴 때면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 아빠에게 행여 내가 안 보일까봐 몸까지 추켜세워 크게 손을 흔들어버린다.

 

 

 그래도 막상 목마가 멈추고 약간의 어지럼으로 출구를 찾는 때는 의연한 척, '애들이나 타는 거지 뭐 이런 거'하는 표정으로 엄마 아빠가 서있던 자리를 찾아간다. '애들이나'라는 기분은 이상하게 내가 어쩔 수 없는 '애'인데도 느껴왔다.

 

 

 그 땐, 애로서 당연해야 했던 감정이나 행동들을 무조건 시시하게 느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는 '조숙한 아이'라는 호칭에 스스로가 도취되어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기둥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하는 그 걱정스런 시간은 짐짓 없었던 것처럼. 버림받을지도 몰라, 하는 아이 같은 걱정을 숨기고 싶어하는, 결국은 애였다.

 

 

 '버림 받을까봐서요.'하는 걱정을 태도 못 낼 거면서 왜 앓았을까. 고작 그 작은 상자 안을 몇바퀴 맴을 도는 것 뿐인데, 반짝반짝하고 아기자기한 그 안에서 왜 설렘이나 즐거움보다는 '사라진다'는 무서움을 느꼈으면서 꾹 참고 있었을까. 결국 그런 걸 안 어지러운 척하는 걸음에 '난 애가 아니니까'하는, 시시해하는 표정으로 억지로 삼키면서.

 

    Copyright ©2018 Camille Lee All rights reserved